일본에서의 평점 및 작품 소개
일본영화 <여기는 아미코>는 한국에서 2024년 2월 28일 개봉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일본에서 이미 2022년 7월 8일이 개봉됐었던 영화입니다. 일본에서 개봉한 지 살짝 지난 영화인데, 이번에 한국에서 개봉한다는 건 그만큼 좋은 작품이라는 이야기겠죠? 이 영화는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이마무라 나쓰코가 2010년에 발표한 데뷔소설 <여기는 아미코>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원작소설은 일본에서 제26회 다자이 오사무상과 제24회 미시마 유키오상을 받은 뛰어는 작품입니다. 한국에도 번역이 되어 있으니 영화를 보고 영화가 좋으면 소설을 한번 읽는 것도 즐거움이겠습니다.
히로시마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의 아미코. 조금 유별난 성격의 아미코는 가족을 끔찍하게 아끼는 아버지와 서예교실 선생님으로 뱃속에 아기를 임신한 어머니, 매일 함께 등하교를 같이 해 주는 착한 오빠, 게다가 동경의 대상으로 짝사랑하는 같은 학년 남자아이 노리 등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미코의 너무나 순수하고 솔직한 행동은 주위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기묘하고 익살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사랑스러운 인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오모리 타츠시 감독의 작품 등에서 조감독을 맡아 온 모리이 유스케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아미코의 순진무구한 시선에서 보이는 세계를 스크린 안에 담아내면서 선명하게 표현했습니다. 주인공인 아미코의 아역에는 오디션에서 선택된 신성이라 부를 만한 오사와 카나. 이우라 아라타와 오노 마치코가 아미코의 부모를 연기했습니다.
일본인 관람평 모음
▶ 웃기지만 무섭고, 즐겁지만 슬프다. 언뜻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미코. 하지만 아미코는 아주 잘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으며,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라스트 신은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일정한 거리를 둔 쿨한 라스트라고 생각했다. 우리 반에 있던 아미코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 아미코는 부모님과 오빠 이렇게 4명 가족의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다. 아미코는 자신의 욕망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표현해 버리는 좀 특이한 아이다. 어머니가 출산으로 아이를 잃고 나자 가족 관계가 조금 이상해져 간다. 생각한 것을 바로 실행에 옮기는 아미코는 주위를 자주 당혹스럽게 만든다. 아미코를 연기하는 오사와 카나는 눈에 박력이 있고, 연기도 훌륭하다.
▶ 영화를 보다가 왠지 힘들어졌습니다. 아미코에게는 말해도 모를 지도 모르지만, 말하지 않으면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아미코는 아마 변하지 않으니까, 주변 사람이 바뀔 수밖에 없는 걸까요. 어렵네요.
▶ 예고편이나 여러 매체의 광고, 스포일러를 경계하며 다른 사람들이 쓴 리뷰 내용은 확인하지 않고 포인트만 보고 감상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작품이라 당황했습니다. ADHD 분들과 그 가족, 주위 분들의 노고는 남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속 깊이 헤아릴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손을 대서는 안 되는 테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하는 관용의 마음은 도저히 가질 수 없고, 오히려 이런 것을 픽션의 영화로 만드는 의도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라는 게 저의 감상입니다. 작년 '후쿠다무라 사건' '달' 등 실화 사건의 영상화 작품을 보고 떨리는 마음을 느꼈고, 그 일을 남기는 위업에 도전한 제작자에게 경의를 느끼고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본 작품은 그것들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웃음도 있지만 차마 웃을 수 없습니다. 스크린을 경계로 안전지대에 있는 나를 느끼며 위선자조차도 될 수도 없는 편협한 자신에게 채찍질을 했습니다. 누가 도와줄 수 있을까? 아미코에게는 그 인생만이 주어진 것이다. 남들의 눈에는 불행해 보일지라도, 본인은 비교할 수 없다. 일방통행의 무전기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는 길은 험난하지만 두렵지는 않다.
▶ 누구나 지나쳤었을 어렸을 때의 '그 감각'이 있을 것이다. 그 감각을 오롯이 가진 채로 성장하지 않는 아미코. 하지만 주변 친구들은 이윽고 성장해 사춘기를 맞는다. 아무런 변함이 없는 아미코는 점차 친구들과 심리적인 차이를 심화시켜 간다. 아미코 본인은 아주 그저 솔직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그저 살아있을 뿐. 그런데도 그녀의 너무 자유분방한 행동으로 인해, 주위의 소중한 사람이 당혹스러워 하고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아미코의 아역이 전혀 연기로 느껴지지 않고,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몰입감과 실재감이 느껴진다. 스크린의 화각을 살린 보이지 않는 카메라 워크나 특수한 음향도 몰입감을 더욱 느끼게 한다. 발달 장애를 가진 아이와 그 아이를 품은 가족의 괴로움. 그것을 지켜보는 누군가의 시점. 이 시점은 도대체 누구일까? 잔인한 영화이긴 하다. 하지만 아미코는 그래도 똑바로 앞을 향해 걷는 것을 선택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그런 아미코의 자세에 실낱같은 희망이 있는지도 모른다.
▶ 이야, 이런 영화를 만날 수 있으니까 영화를 보는 걸 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역작입니다. 아이만이 가진 순진함을 있는 그대로 행동과발언으로 옮기는 아미코. 하지만 아미코의 그런 행동과 발언이 어른의 심장을 도려내는 일도 있다. 또, 그러한 아미코에게 닥치는 재앙과 같은 사건도 견뎌내고 건강하게 살아내는 아미코를 보고 힘을 얻을 수 있다. 이 영화, 모리이 유스케라는 감독의 작품으로 감독 장편 데뷔작인데, 시작부터 대단한 영화를 찍어 내 버렸다! 걸작이다!
결론
영화 소개와 일본인들의 관람평들을 읽어 보면서, 이 영화가 무척 보고 싶어 졌습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곧 국내에 개봉할 영화라서 관람평들을 모아봤는데, 이게 꽤 볼만한 영화 같더군요. <여기는 아미코>의 일본어 원어 제목은 'こちらあみ子'입니다. 번역하면 그냥 그대로 '여기 아미코'입니다. 이게 발달장애 아이의 영화인 줄 몰랐는데, 그런 영화였군요. 여기에 아미코가 있다. 예고편 영상을 봤더니 "<아무도 모른다>, <괴물>을 잇는 어린 시절의 슬픈 동화"라는 문구가 나오네요. 유년기는 어른에게 있어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인생의 황금기. 그런 황금기에 이 영화의 인물들은 슬픈 동화 속 주인공들입니다. 그래서 이런 유소년들이 나오는 영화가 참 애틋하고 더 정이 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일본에 살고 있는데 일본 넷플릭스에 얼마 전에 이 영화가 풀렸습니다. 쉬는 날에 각오하고 봐야겠습니다.